물가가 심상찮다. 4월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 100)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1%였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1월 모처럼 2%대(2.8%)로 내려갔다가 2월 3.1%로 반등했고 같은 수준의 상승률이 두 달째 이어졌다.
소비자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생활물가의 오름세다. 3월 생활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8%로 상승했다. 지난 1월 3.4%를 기록했다가 2월엔 3.7%를 기록했었다.
중앙은행의 물가와 금리 조절기능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통해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하고 물가와 경기를 조절하는 정책을 편다.
물가는 통화량과 인과관계를 가지는데, 통화량의 증가·감소는 물가의 상승·하락을 가져온다. 금리가 물가상승의 원인 통화량을 통제하는 수단인 것이다.
보통 물가와 환율이 상승하면 중앙은행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이에 따라 소비가 줄고 투자금 회수로 돈의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물가하락, 외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떨어지며 기업실적이 줄어들어 주가가 하락한다.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은 다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대출과 투자가 증가하면서 주가가 오른다.
하지만 경제에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이클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총공급이 감소하면 물가가 상승하면서 국내총생산(GDP)는 감소한다. 인플레이션과 불황이 동시에 나타난다.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즉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인데,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를 높여야 하고, 불황을 잡으려면 금리를 낮춰야 하는 데,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미국의 물가와 금리의 경제지표
최근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은 여전한 가운데 성장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 1970년대에 석유파동이 경기를 침체시키면서도 물가는 계속 상승한 바 있다.
미국은 2024년 1~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돈 데 이어, 또 다른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분기에 3.4% 상승해 작년 1분기(4.2%) 이후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 1.6%를 기록하여 시장 예상치 2.4%를 밑돈 것은 물론 2년 만에 가장 낮게 나왔다.
가장 큰 이유는 근원 인플레이션(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이 올라갔고,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 연율 5%를 넘었다. 1분기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3.7%로 시장 예상치 3.4%를 상회한 바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2022년 이후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해왔지만, 연준 인사들은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아직 고용과 소비가 여전히 탄탄히 받쳐줌으로써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에는 이르다는 견해이다.
1970년대에는 물가가 잠시 안정되자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인플레이션이 1980년 14.8%를 찍었고, 폴 볼커 전 연준의장은 파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 물가를 잡은 바 있다.
지난해 미국경제는 성장이 견조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면서 연착륙 기대감이 커졌지만, 최근 지표 발표로 시장 분위기가 다시 바뀌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지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진정세가 정체된 상황과 관련하여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시장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연초 6회 이상에서 1~2회로 내려갔고, 동결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7월을 지나 9월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견해도 있다.
미국의 5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정책금리를 5.25~5.50%로 동결할 전망도 나왔다.
파원 의장이 발언의 수위를 높여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친다면 자산시장은 다시 한번 요동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달러화 초강세에 놓여 있는 외환시장이 가장 먼저 출렁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도 불가피하다. 원화는 FOMC 회의 결과는 물론 엔·달러 환율과 높은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행이 미국 연준은 현지 시각 5월 1일 FOMC를 열고 금리 인상 가능성은 일축하고 전망대로 6차례 연속 5.25%~5.50%의 기준금리를 동결하였다.
파월은 「추가 금리 인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금리 인하를 위한 확신을 가지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관망」이 길어질 듯한 분위기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나 도이치뱅크도 12월에 한 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한국의 금리 인하 필요성
세계 경제와 금리 인하는 연관이 많고, 한국의 경제는 해외 의존도가 높다. 글로벌 경기에 따라 적절한 금리를 유지하는 금융 안정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2024년 4월 12일 물가상승 자극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3.50%로 10회 연속 동결하였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예상을 상회하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6월 인하설이 물건너가자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국채금리도 상승하는 등 한국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삼중고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높아지면서 한국경제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다만 5월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하면서 기존 전망치를 0.4% 상회하였다. 그러나 그 실현 여부는 대외변수가 관건인데, 중동발 리스크, 11월 미 대선이 올해 경제성장률 달성의 최대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경제는 높은 물가와 금리, 환율을 어떻게 극복하는냐가 관건이다.
수출의 나홀로 회복(반도체, 방산, 자동차)으론 경기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다. 누적된 고금리가 내수와 투자를 제약하고, 서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 만큼 물가안정 추세를 면밀히 분석하여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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